아이패드는 PC가 아니다

IT 2010. 2. 2. 07:35 Posted by 와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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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살펴보기
지난주 목요일 애플이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태블릿, 아이패드를 공개했습니다. 아이패드의 사양은 이미 많이 알려졌지만 주요 스펙만 살펴보죠. 크기는 아래 그림과 같이 길이 9.56 인치 (242.8 mm), 폭은 7.47 인치 (189.7 mm), 두께는 0.5 인치 (13.4 mm)이고 스크린은 9.7인치 (24.6 cm) IPS 기술이 적용된 LED 백라이트 글로시 와이드스크린 Multi-Touch 디스플레이를 사용했고 인치당 132픽셀인 1024 x 768 픽셀의 해상도를 지원하고 지문 및 기름 방지 코팅으로 처리되었습니다.
아이패드 크기
제품 무게는 와이파이 모델이 680g, 3G 모델이 730g입니다. 저장 장치로는 16, 32, 64GB의 플래시 드라이브를 사용했고 CPU는 애플이 만든 1GHz Apple A4를 사용했는데 A4는 애플이 디자인한 고성능, 저전력의 SoC (System on a Chip)라고 합니다. 아이패드를 위해 ARM 모바일 CPU를 최적화해서 만들었다고 하죠.

25Whr 리튬 폴리머 충전 배터리를 내장, 배터리 교환은 불가능하지만 사용시간은 Wi-Fi 웹 서핑이나 동영상 재생 혹은 음악 감상 시 최대 10시간까지 사용할수 있으며 전원 어댑터 또는 컴퓨터 USB에 연결하여 충전할수 있습니다. 키보드는 아이폰과 마찬가지로 가상키보드를 사용하고 Wi-Fi 모델과 3G 모델을 따로 판매합니다.

아이패드의 첫인상은
솔직히 말해서 별로였습니다. 태블릿 PC라고 알고 있었던 것에 비해 너무도 모자란 스펙이었죠. 물론 아이북스라는 전자책 스토어는 장점(새로운 점)이지만 그보다는 단점이 더 많이 눈에 보이더군요. 저는 아이패드가 발표된날 여러곳에서 소개된 내용을 보며 이건 아니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혁신적인 면이 너무 없는 제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스티브 잡스가 “내가 지금껏 선보인 제품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제품이 될 것(This will be the most important thing I’ve ever done)”이라고 말한 아이패드가 고작 이정도라면 스티브 잡스도 이제 다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아이패드가 공개된날 바로 관련 포스팅을 쓰려고 했습니다. IT관련 소식을 그것도 애플이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제품이라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기대감도 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공개된 제품 스펙은 예상보다 못한, 기대 이하의 제품이었습니다. 뭐라고 써야 좋을지 모르겠더군요. 아이패드가 태블릿 PC라고 알려졌기 때문일까요? 저는 태블릿 PC의 기본적인 스펙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아이패드는 태블릿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습니다. 그리 뛰어나지 않은 하드웨어에, 없는것도 많고 안되는 것도 많습니다.

아이패드는 카메라도 없고, 필기인식도 안되며, 멀티태스킹도 안되고, 플래시 재생도 안되고 확장을 위한 USB 단자도 없고, 저장용량도 넷북이나 노트북이 100GB가 넘는 하드디스크를 기본 장착한데 비해 아이패드는 최대 용량이 64GB로 너무 적습니다. 대부분이 안되고 없는것 투성이였습니다. 이런 제품을 어떻게 좋다고 할수 있을까요?

생각의 변화
그런데, 트위터에서 이찬진님이 아이패드에 대한 김상훈 기자님의 포스팅을 두고 마음에 와닿는 글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저도 그 포스팅을 읽어봤습니다. 처음에는 김기자님의 글이 마음에 와닿지 않더군요. 그래서, 이찬진님께 제생각을 트윗으로 보냈고 아래와 같이 잠깐의 대화가 오갔습니다. 마지막에 이찬진님께서 넓게 보면 동감할거라는 말씀을 해주셨죠. 하지만 그래도 저는 아이패드가 그다지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트윗, 아이패드, 이찬진님
그런데, 그런 저의 마음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하더군요. 아이팟터치를 사용하다보니 김상훈 기자의 포스팅 내용이 하나씩 떠올랐습니다. "아이패드는 나에게 필요한 제품이 아니다. 우리를 제외한 나머지 모두를 위한 컴퓨터이며 geek들을 위한 것이 아닌 일반적인 사람들을 위한 컴퓨터"라는 Leander Kahney의 말도 하나씩 이해가 가더군요. 아이팟 터치를 처음 사용했을때를 떠올려보니 알아야 할것은 앱스토어 사용하는 방법뿐이었습니다. 그외에는 아이팟터치를 사용하기 위해 공부해야 할일이 거의 없더군요. 앱스토어 사용법도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PC에서 아이튠스 사용을 하려니 조금 생소하긴 했지만 아이팟 터치로 직접 앱스토어에 접속해 어플을 다운받아 사용하는것은 한번만 해보면 누구나 할수 있는 일입니다. 아이패드도 그런 관점에서 보면 컴퓨터를 어려워하는 분들을 위한 컴퓨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거죠.

아이패드를 사용하면 좋을 사람
아이패드를 처음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해 생각해 보니 컴퓨터를 많이 사용해 왔고 잘아는 사람들은 아이패드에 대해 부족한 점이 많은 컴퓨터로 생각될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패드는 기본적으로 태블릿 PC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아니 태블릿 PC라기보다는 태블릿 모습의 엔터테인먼트 기기라는게 맞을것 같습니다. 그런면에서는 아이팟 터치와 다를게 없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크기만 키운 아이팟터치,아이폰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구요.

하지만 지금은 컴퓨터를 잘 알고 제대로 사용할줄 아는 파워유저보다는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쉽게 사용할수 있도록 해주는 도구, 이것이 아이패드의 진정한 위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파워유저는 아니지만 아이패드의 제한된 확장성(USB 없음), 부족한 성능 (멀티태스킹 불가, 플래시 재생 불가), 적은 저장용량등은 아직도 모자란 감이 듭니다. 하지만 저희 부모님이나 집사람같이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사용하기에는 아주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사용하기 쉬우니까요. 또, 학생들처럼 많은 교과서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아이패드를 사용한다면 680g 무게의 아이패드에 수십 수백권의 책을 담아서 가지고 다닐수 있죠. 보다 컬러풀하고 액티브한 화면을 이용해 학습효과도 높아질수도 있구요. 

아이패드는 PC가 아니다
사실 PC는 사용자의 능력에 따라 최고의 성능을 보여줄수 있지만 잘못 사용하게 되면 PC가 가진 본래 성능을 제대로 발휘해 보지도 못하고 버그투성이 기계로 남게 됩니다. 인터넷을 사용하다가 만나게 되는 수많은 프로그램들, 사용자가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설치해버리는 프로그램들이 굉장히 많죠. 바이러스 치료 프로그램이라고 속이며 설치되고, PC 성능을 좋게 해준다며 설치되는 수많은 프로그램들로 인해 피해 입는 PC가 수없이 많습니다. 여러가지 프로그램들이 설치되면서 PC의 시스템 파일을 건드리게 되고 그로 인해 PC는 원치않는 성능 저하를 겪을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PC가 느려지면 하드디스크를 포맷하고 다시 OS를 설치하는 사람들이 많죠. OS 재설치는 웬만한 용기와 지식이 없이는 쉽게 할수 있는일이 아닙니다. 잘못하면 PC를 한참동안 사용할수 없게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아이패드는 PC가 아닙니다. PC처럼 마음대로 프로그램을 설치해 시스템을 바꿀수 없습니다. 앱스토어에서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받아 사용하는 것은 PC에서의 프로그램 설치와는 다른 개념이죠. 앱스토어의 어플리케이션을 사용한다는 것은 개별적인 무설치 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사용하는것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따라서, 시스템의 중요파일을 건드려 문제가 생기게 하는 일은 거의 없을겁니다.

아이패드, 어떤 용도로 사용할수 있을까?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은 아이패드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규정하는것은 쉬운일이 아닙니다. 그럴필요도 없구요. 그저 자기가 원하는대로 사용하면 됩니다. 아이패드는 웹서핑용으로 사용할수 있고, 전자책(e-book reader)으로 사용할수도 있습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게임기로도 사용할수 있으며 저같은 블로거들은 블로깅 툴로도 사용할수 있습니다. 이메일을 보내거나 사진을 보고 음악이나 동영상을 감상할때도 사용할수 있습니다. 지도를 띄워 원하는 장소를 찾아 길찾기를 할수도 있습니다. 메모를 할때도, 일정관리를 할때도, 연락처를 정리할때도 사용할수 있습니다.
아이패드 게임 아이패드 키보드

물론 넷북이나 노트북도 이런일은 모두 할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쉽고 편하게 사용하려면 아이패드가 더 좋을것 같습니다. 성능은 조금 처질지도 모르지만 아이패드는 편합니다. 멀티태스킹과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아 답답할수도 있지만 그외의 일을 할때는 넷북이나 노트북보다 빠르게 원하는 작업을 하거나 즐길수 있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평가는 제품이 실제로 시장에 나온뒤에나 가능하겠죠. 어떤 사람들이 아이패드를 필요로 하고 구매할지 지켜본뒤라야 아이패드의 진정한 가치가 평가되지 않을까 합니다. 좋은 결과가 나와 다시한번 애플의 성공신화를 쓸수도 있고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것처럼 IT전문가들의 냉대를 받으며 실패작으로 끝날수도 있겠죠.

아이패드 스티브 잡스

하지만 중요한것은 스티브 잡스의 발상입니다. 전혀 새롭지 않은것 같은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어 보려는 그의 시도가 새롭게만 느껴집니다. 그의 말처럼 지금껏 선보인 제품 가운데 가장 중요한 제품이 될지 그저 그런 스펙의 화면만 큰 아이팟터치라는 별명을 남긴채 역사속으로 사라져 버릴지... 이제 한달뒤에는 모든것이 명백해지겠네요. 하지만 아직도 2%는 모자란 느낌이 드는건 어쩔수 없군요.  


<또 하나의 생각>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는 아이패드로 인해 PC 시대가 끝났다며 극찬을 했습니다. 아이패드(iPad)가 성공한다면 아이팟(iPod)으로 아이튠스(iTunes)를 틀고 아이북스(iBooks)를 읽으며 아이쇼(iShow)를 보면서 아이챗(iChat)으로 이야기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아이월드(iWorld)라고 합니다. 정말 이런 세상이 올수 있을까요? 이런 세상이 오면 어떻게 될까요? 

* 이 포스트는 blogkorea [블코채널 : 웹, 컴퓨터, it에 관련된 유용한 정보 및 소식] 에 링크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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