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모토로라 인수의 파장은 어디까지?

구글이 어제 모토로라 모바일 부문인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했습니다. 인수 규모는 125억 달러로 약 14조원에 가까운 규모입니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초대형 빅딜이 성사된 셈인데 그 대상이 모토로라 (모토로라 모빌리티)라는 것이 충격적입니다.

모토로라는 레이저가 대박을 치면서 한때 세계 최고의 휴대폰 업체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하지만 레이저 이후 이렇다할 히트작을 내놓지 못하고 하향세를 걷다가 올해초 엔터프라이즈와 모바일 부문으로 분사를 하면서 효율적인 경영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분사를 한 이유가 회사를 구글에게 팔기 위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전통의 휴대폰 업체인 모토로라가 구글에게 이렇게 인수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것 같습니다. 현재 모토로라의 전세계 휴대폰 점유율은 약 2.6%로 2분기 휴대폰 판매 순위는 8위까지 하락한 상태입니다. 드로이드 시리즈로 조금씩 부활을 하고는 있지만 그렇게 좋은 상태는 아닌데 구글이 약 63%의 프리미엄을 얹어주며 주당 40달러에, 그것도 현금으로 인수하기로 했다고 하는군요.

그렇다면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CEO인 래리 페이지는 모토로라가 80년 전통의 혁신적인 통신 기술과 제품을 보유했으며 수많은 지적 재산권을 가지고 있어 모바일 컴퓨팅의 혁신에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2008년부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만들어 온점과 2007년 OHA(Open Handset Alliance) 초창기 멤버로 활동한 것도 언급을 했죠. 또한, 가정용 장비와 비디오 솔루션 분야에서 마켓 리더로서의 위치도 고려한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이유는 래리페이지가 언급한 지적재산권, 즉 특허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현재 구글은 애플과 MS, 오라클등과 수많은 특허 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모토로라가 보유하고 있는 특허는 약2만5천여개로 이들 경쟁사들과의 특허전에서 유용하게 활용할수 있을것으로 보이는군요. 래리 페이지가 얘기했듯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독자적으로 경영될것이기 때문에 구글이 직접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만들어 애플과 대항하기 위해 인수한것은 아닌것 같습니다.

또한, 이번 인수로 인해 앞으로 구글 레퍼런스 폰이 계속 모토로라에서만 나올것이며 따라서 모토로라가 혜택을 받으며 성장할것이라는 예측을 할수도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을것 같습니다. 만약 구글이 모토로라에게만 특혜를 준다면 현재 가장 큰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인 삼성과 떠오르는 샛별인 HTC, 그리고 전통의 LG와 소니에릭슨등이 안드로이드 진영을 멀리 할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들에게 안드로이드가 매력적인 모바일 OS인건 확실하지만 대안이 아주 없는것도 아니기 때문에 섣불리 홀대를 할수도 없습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윈도폰 진영에서 좋은 조건을 제시할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모바일 시장의 판도가 순식간에 바뀔수도 있기 때문이죠. 구글이 모토로라를 직접 경영을 하지 않는다고 발표한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아무튼 이번 인수로 인해 모바일 시장이 크게 들썩거릴것은 분명하지만 어떤 결과를 가져올것인지는 쉽게 점치기는 어려울것 같네요. 삼성과 HTC, LG, 소니에릭슨등은 이번 인수를 환영한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아주 복잡한 계산을 하고 있을겁니다. 특히 삼성전자의 경우에는 독자 OS인 바다(bada)에 대한 투자를 더욱 늘리는 계기가 될수도 있을것 같네요.

또한 이번 인수를 이끈 구글 CEO, 래리 페이지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것으로 보입니다. CEO에 취임한뒤 구글 플러스를 발표해 페이스북을 따라잡을수 없을것 같았던 소셜 분야에서 좋은 분위기를 만든데다가 2분기 최고의 실적(90억 달러 매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32%,순이익 36% 증가)으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으며 그로 인해 주가 역시 11%나 급등했죠. 여기에 이번 모토로라 인수건으로  그의 경영 능력을 아직도 의심하던 사람들에게 확신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되는군요.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인한 애플의 입지가 어떻게 될지도 생각해 봐야 할것입니다. 그동안 안드로이드에 특허 공세를 취해온 애플이 보다 강력하게 충전된 안드로이드 (Supercharging Android)를 어떻게 상대할지도 관심가는 대목이죠. 모바일 시장에 일대 격변을 몰고온 구글, 그리고 래리 페이지. 역시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며 고민하는 스티브 잡스의 모습도 그려지는군요.

Supercharging Android: Google to Acquire Motorola Mobil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