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기자의 콩글리시 비판] ‘학원공화국’ 한국
학생은 입 다물고 강사만 떠들어대는 이상한 영어학원
영어깨나 한다는 사람에게 “학원을 영어로 어떻게 번역하면 되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주저 없이 대답할 것이다. “그거야 쉽지. ‘academy’나 ‘institute’라고 하면 되잖아.” 그러나 ‘학원=academy’ ‘학원=institute’와 같은 해석은 한국어를 영어에 기계적으로 끼워맞춘 것일 뿐 정확한 번역이라고 할 수 없다. 미국, 영국, 캐나다를 비롯해 어떤 영어권 국가도 한국처럼 골목마다, 건물마다 ‘학원’이 즐비하진 않다. ‘Piano Academies(피아노학원)’나 ‘Cooking Institute(요리학원)’가 없는 건 물론, 16세 이후 어학원 같은 사설기관에서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생각은 영어를 사용하는 서양인에겐 끔찍한 일이다. 그들 대다수는 생각한다. ‘전세계가 영어 배우기에 혈안이 돼 있는데 왜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우리가 굳이 다른 나라 말을 배우느라 골머리를 앓아야 하지?’
한국 학원 vs 유럽 학원
한국선 말 없는 강사는 ‘무능한 강사’
유럽선 말만 많은 강사는 즉각 해고
그러나 한국은 ‘학원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별별 학원이 다 있다. 한국인들은 뭐든 (학원) 교실에만 앉아있으면 재미있게 잘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 학원강사는 의사와 다름없는 존경을 받는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보수도 보장된다. 교실은 늘 강사 말이라면 뭐든 순응하는 학생, 배우려는 열망으로 가득한 열정적 학생들로 넘쳐난다. 강사가 20대 청년이든 50대 아저씨든 마찬가지다.
만약 누군가가 미국이나 영국 강사에게 한국 학원의 이런 현실을 귀띔해준다면 그들은 당장 하던 일을 접고 인천행 항공편을 예약할 것이다. 서양 강사들은 하나같이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수업에 무관심한 천방지축 학생들을 다루느라 수업시간이면 늘 녹초가 된다.
어학원(language schools)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도 있다. 사업상 기회를 잡기 위해, 즐거운 관광을 위해, 혹은 자유로운 인터넷 사용을 위해 누구나 영어를 배우고 싶어한다. 심지어 영어권 국가에도 어학원은 있다. 이곳에선 영어를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영어권 국가에 떼지어 모여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그러나 모든 학원이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는 단 하나의 목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 면에선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 학원에서 발견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수업을 이끌어가는 동력(dynamic)이 무엇인가 하는 점에서 드러난다. 유럽 강사들은 늘 ‘수업의 중심은 학생이 돼야 한다’고 교육 받는다. 이런 생각은 ‘의사소통적 접근(the communicative approach)’이라고 불리는 영어교수이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교실에서 강사의 역할은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사람(facilitator)이다. 자신의 말은 최소한으로 줄이되 학생들이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제공해야 한다. 이게 바로 ‘학생 중심 수업(student-centered lesson)’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말 아끼는 강사’는 인기가 없다. 한국 강사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고 활달한 사람인가?’의 여부다.
한국 학원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가 철저한 ‘교사 중심 수업(teacher-centered lesson)’을 고수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원어민 강사는 수업 대부분을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겪은 우스운 얘기들을 늘어놓거나 이런저런 잡담을 하는 데 써버리는 부류다. 유럽에서 강사의 그런 수업 진행은 즉각적인 해고 사유에 해당하는데도 말이다. 나는 영국과 스페인, 우크라이나, 한국 등 도합 4개 나라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봤다. 다른 나라들은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유독 한국에서만은 비정상적인 교수 방식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많았다.
각국의 강의실 풍경
스페인 - 느리지만 원하는 것 표현, 실수 두려워 안 해
우크라이나 - 요구 많고 시끌벅적, 수업은 활기 넘쳐
영국 어학원의 교실 풍경은 한국과 사뭇 다르다. 모든 학급이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지닌 다양한 국가 구성원들로 이뤄져 있다. 미국이나 뉴질랜드, 호주 같은 다른 영어권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곳에서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강의’란 거의 불가능하다. 간단한 문법 하나를 설명하려 해도 그리스 학생은 이해하지만 중국 학생은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연출된다. 이런 환경은 때로 장점이 되기도 한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공용어인 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생들은 아무리 불편해도 수업시간에 모국어를 영어로 변환해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을 다른 학생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불편한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넣고 그 속에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뇌는 활성화된다. 자연히 언어학습도 활기를 띤다.
스페인 사람들은 모든 게 느리다. 수업에 지각하는 건 예사고 과제 제출도 늘 마감시한을 넘기기 일쑤다. 심지어 그들 대부분은 영어를 배워야 할 적정 시기조차 놓치곤 한다. 역설적인 건 영어학습에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스페인의 민족성이 오히려 수업 환경을 편안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스트레스, 시험, 꼭두새벽부터 시작하는 수업, 사회적 강박, 강사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교실에서의 침묵. 한국 학원엔 꼭 있는 이런 것들이 스페인엔 없다. 그 때문에 스페인 학생들은 수업 중 자신이 원하는 걸 오히려 정확하게 표현한다. 물론 그때 사용되는 영어는 실수투성이다. 그러나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생각한 걸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겐 기회이고, 그 결과 실력은 조금씩 나아진다. 한 치 실수를 두려워해 수업 중 입도 뻥긋하지 못하는 한국 학생들과는 대조적인 풍경이다.
우크라이나에서의 강사 경험은 굉장히 고달팠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동유럽 사람들은 조바심이 많고 때론 지나치게 공격적이다. 학생들은 강사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고 종종 무례하기까지 하다. “스승을 공경하자”는 유교적 외침 따위는 물론 통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내가 본 것이라곤 엄청난 소란과 강사를 향한 끝없는 요구사항뿐이었다. 그러나 시끌벅적한 이스탄불 야시장을 연상시키는 학생들의 소란과 요구사항이 가끔은 가장 효과적인 외국어 학습법이 돼주기도 한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고함치듯 쏟아내는 영어가 쥐 죽은 듯 고요한 한국 학원의 교실보다는 수업 분위기에 훨씬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한국의 강의실 풍경
대부분 훈련 안된 강사들… 잡담 너무 많아
학생들은 ‘물개쇼 보듯’ 종일 강사만 쳐다봐
한국의 학원 문화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여러 모로 확연히 다르다. 교실은 ‘여기가 도서관인가’ 싶을 만큼 조용하다. 한국 학원에 근무하며 나는 종종 학생들이 신나서 말을 꺼낼 수 있는 화제를 찾느라 수업 내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수업에서 이뤄지는 모든 내용은 100% 내가 미리 준비해온 것이었다. 학생들은 수업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내 눈만 응시했다. 마치 동물원의 물개쇼를 바라보듯이.
어학 수업에 임하는 유럽인은 타인의 시선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 시끄러운 폭도와 같다. 반면 한국인은 그에 비해 훨씬 조용하고 공부에 열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 유럽인은 별로 힘들이지 않고 자신감있게 영어를 말하지만 정돈된 걸 좋아하고 책만 파고드는 한국인은 (말하기보다는) 문법 체계를 이해하고 텍스트를 읽는 활동에 훨씬 능숙하다.
▲ 한 영어학원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 어린이들이 원어민 강사에게 영어를 배우고 있다. (photo 조선일보 DB)
한국 학원도 나름대로 학생을 잘 가르치려고 애쓴다. 그러나 거리마다 영어학원이 즐비한 나라치고 한국은 들이는 노력에 비해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춘 인재가 의외로 적다. 이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우선 학원 시스템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한국 학원은 반 편성이나 수업 구성 등 모든 면에 있어 기계적으로 정해진 공식에 따라 운영된다. 그들이 ‘선생’이라며 뽑는 원어민의 대부분은 ‘선생’이 되기 위한 훈련을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학생 앞에 서본 경험 역시 전무한 경우가 많다. 유럽 학원이 외국어 강사를 선발할 때 교사 자격증과 수업 경험 유무를 꼼꼼히 따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국인을 채용한 후에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학원은 외국인 강사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묘안을 갖고 있지 못하며 일단 뽑은 후 그냥 방치한다. 자연히 이들은 교육자라기보다는 (학생들 앞에서 웃고 떠드는) 엔터테이너에 가깝다. 자격 미달의 외국인을 뽑아 ‘강사’라는 타이틀을 부여하는 것, 기초 언어학이나 문화적 지식도 가르치지 않은 채 이들을 수업 현장에 투입하는 것, 말하기 교육에 집중해야 할 시간에 문법적 지식에 몰입된 수업을 강행하는 것 등은 강사 자신의 문제라기보다는 학원 업자의 문제다. 학원 업자들 역시 여윳돈을 학원 ‘사업’에 투자했을 따름이다. 당연히 영어교육에 대한 대단한 사명감이나 학식을 갖췄을 리 없다. 그러나 ‘몰라서 못한 것일 뿐’이라는 말은 변명이 될 수 없다. 교육사업은 다른 사업과 달리 철학과 소신이 뒷받침돼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 학원의 문제점
학생에게 진짜 필요한 공부보다 수익이 우선
비용 덜 드는 문법 위주로 수강 권유하기도
한국 학원은 학생들이 원하는 게 정확하게 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영어로 스스럼없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학원이 수강생을 향해 영문법 교재를 들이민다. 당연한 말이지만 유창한 영어 의사소통의 비법은 책에 있지 않다. 더 잘 말하려면 더 많이 말하는 게 최선이다. 소란스러운 유럽 학원은 언뜻 정도를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소한 그들은 수강생에게 교실에서 한마디라도 더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국 학원보다 훨씬 낫다.
유럽 학원도 시스템이 엉망이긴 마찬가지다. 수업은 시끄럽고 무질서하며 혼란스러워 영작문 수업은 늘 한바탕 난리법석으로 끝나는 게 예사다. 유럽 학생들의 영문법 수준은 한국인에 비하면 형편없어서 겨우 한 단락을 완성할 수 있을 정도다. 학원은 이런 약점을 수강생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제공된다는 점이 강조되지만 문법적 지식 부족으로 겪을 수 있는 문제는 슬그머니 감춘다. 반면, 많은 한국 학원은 유럽 학원들과 정반대의 실수를 저지른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겹도록 배운 영문법 때문에 골치가 아픈 학생들을 상대로 여전히 문법에 기초한 교육 과정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가장 힘들어하는 영어 문제는 ‘문법적 지식 획득’이 아니라 ‘유창한 의사소통’이라는 걸 학원업자들은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학원 역시 사업이다. 따라서 그들의 최대 목적은 손익분기점을 넘겨 이익을 얻는 것이다. 학원업자들은 ‘필요한 걸 얻은 고객은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영어를 더 잘 말하고 싶은 유럽 학생들은 말하기 위주 수업 때문에 추후 문법 공부를 따로 해야 하더라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말하기 실력이 향상되는 수업을 요구한다. 그 때문에 강사들이 문법에 치중한 수업으로 일관하면 그들은 당장 불만을 표출한다. 그러나 한국에선 회화 공부를 하러 학원을 찾은 학생도 “문법 실력을 더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진단을 받으면 이내 학원 측 의견에 수긍한다. “네, 그렇군요. 맞아요. 정말 문법 실력을 더 갈고닦아야겠어요. 지금 당장 문법 향상 1개월 완성 코스 수강신청서를 작성할게요!”
깐깐한 소비자가 학원 문화 바꾼다
원하는 것 얻지 못하면 계속 따지고 요구해야
‘말하기’에 집중해 제발 목소리 좀 높여라
‘공부’에 대한 한국인의 강박관념은 책과 종이에 이르면 보다 명확해진다. 한국 학생들은 다른 수강생 앞에 서서 역할놀이를 통해 끊임없이 뭔가를 말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는 것보다 교재 속 ‘문법 연습’의 빈칸을 채우며 훨씬 편안함을 느낀다. ‘(사막에 사는) 아랍인에게 모래를 쥐어주고 (차를 물처럼 마시는) 중국인에게 차(茶)를 건넨다’는 말이 있다. 정작 필요한 건 모른 체하고 엉뚱한 걸 줄 때 쓰는 관용어다. 학원들은 한국이든 유럽이든 마찬가지다. 둘 다 수강생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 취약한 것을 솔직하게 얘기해주지 않는다. 그들의 관심사는 ‘수강생’의 요구가 아니라 ‘고객’의 안락이다. 아니, 고객의 안락을 충족시킴으로써 얻는 수익이라는 편이 더 맞겠다. 재정적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수강생이 필요로 하는 걸 충족시켜줄 만한 용감한 학원은 흔치 않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는 게 뭐 어때요. 수업일 뿐이잖아요.” “금쪽 같은 시간과 돈을 따분한 작문 연습에 쏟아 붓고 싶지 않아요.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수업은 없나요?” 한국 학생은 지금이라도 당장 학원 측에 이런 불만을 토로해야 한다. 당신이 다니고 있는 학원 교실이 독서실 같다면 더더욱 목소리를 높여라. 한국인이 영어 말하기에 서툴다는 것,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 영어학원은 말하기, 말하기, 또 말하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한국뿐 아니라 비영어권 국가들 모두가 영어 학원을 짓고 운영하는 데 엄청난 돈을 투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어학원이 본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수강생 역시 학원으로부터 원하는 걸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다. 유럽 학생들은 영어를 꽤 유창하게 말하지만 작문 실력은 형편없다. 따라서 그들에게 필요한 건 말하기보다 작문과 문법 수업이다. 반면 한국 학생들은 첫째도, 둘째도 말하기다. 지금 당장 교과서와 종이 조각들을 창밖으로 던져버리자. 그리고 모두가 참여한 상태에서 말하기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수업 개설을 학원 측에 요구하자. 강사는 단지 이 모든 상황을 관찰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한국 땅에서 학원을 발견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정말 괜찮은 학원을 찾기란 무척 어렵다. 이때 괜찮은 학원이란 수강생의 실질적 요구를 이해하고 집중적으로 관리하며 특히 취약 부분에 대한 교육에 최선을 다하는 학원을 말한다. 만약 이 모든 요건을 충족시키는 학원이 있다면 그럭저럭 선택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까지 최고의 학원은 구경도 못한 채 고만고만한 학원에 만족하며 지갑을 열어야 하는 걸까? 문제의 해법은 바로 당신에게 달려 있다.▒
/ 팀 알퍼(Tim Alper) 저널리스트 | 영국 출신 저널리스트로 현재 코리아IT타임스(ittimes.co.kr) 에디터. 영자지 코리아헤럴드·코리아타임스·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에 칼럼 기고. 파고다어학원 영어 강사 역임.
번역 = 최혜원 기자 happyend@chosun.com
학생은 입 다물고 강사만 떠들어대는 이상한 영어학원
영어깨나 한다는 사람에게 “학원을 영어로 어떻게 번역하면 되느냐”고 물으면 그들은 주저 없이 대답할 것이다. “그거야 쉽지. ‘academy’나 ‘institute’라고 하면 되잖아.” 그러나 ‘학원=academy’ ‘학원=institute’와 같은 해석은 한국어를 영어에 기계적으로 끼워맞춘 것일 뿐 정확한 번역이라고 할 수 없다. 미국, 영국, 캐나다를 비롯해 어떤 영어권 국가도 한국처럼 골목마다, 건물마다 ‘학원’이 즐비하진 않다. ‘Piano Academies(피아노학원)’나 ‘Cooking Institute(요리학원)’가 없는 건 물론, 16세 이후 어학원 같은 사설기관에서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생각은 영어를 사용하는 서양인에겐 끔찍한 일이다. 그들 대다수는 생각한다. ‘전세계가 영어 배우기에 혈안이 돼 있는데 왜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우리가 굳이 다른 나라 말을 배우느라 골머리를 앓아야 하지?’
한국 학원 vs 유럽 학원
한국선 말 없는 강사는 ‘무능한 강사’
유럽선 말만 많은 강사는 즉각 해고
그러나 한국은 ‘학원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별별 학원이 다 있다. 한국인들은 뭐든 (학원) 교실에만 앉아있으면 재미있게 잘 배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 학원강사는 의사와 다름없는 존경을 받는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보수도 보장된다. 교실은 늘 강사 말이라면 뭐든 순응하는 학생, 배우려는 열망으로 가득한 열정적 학생들로 넘쳐난다. 강사가 20대 청년이든 50대 아저씨든 마찬가지다.
만약 누군가가 미국이나 영국 강사에게 한국 학원의 이런 현실을 귀띔해준다면 그들은 당장 하던 일을 접고 인천행 항공편을 예약할 것이다. 서양 강사들은 하나같이 격무에 시달리면서도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수업에 무관심한 천방지축 학생들을 다루느라 수업시간이면 늘 녹초가 된다.
어학원(language schools)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도 있다. 사업상 기회를 잡기 위해, 즐거운 관광을 위해, 혹은 자유로운 인터넷 사용을 위해 누구나 영어를 배우고 싶어한다. 심지어 영어권 국가에도 어학원은 있다. 이곳에선 영어를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영어권 국가에 떼지어 모여든 외국인을 대상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그러나 모든 학원이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는 단 하나의 목적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 면에선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한국 학원에서 발견되는 가장 큰 차이점은 수업을 이끌어가는 동력(dynamic)이 무엇인가 하는 점에서 드러난다. 유럽 강사들은 늘 ‘수업의 중심은 학생이 돼야 한다’고 교육 받는다. 이런 생각은 ‘의사소통적 접근(the communicative approach)’이라고 불리는 영어교수이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이론에 따르면 교실에서 강사의 역할은 수업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사람(facilitator)이다. 자신의 말은 최소한으로 줄이되 학생들이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제공해야 한다. 이게 바로 ‘학생 중심 수업(student-centered lesson)’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말 아끼는 강사’는 인기가 없다. 한국 강사에게 가장 중요한 자질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무궁무진하고 활달한 사람인가?’의 여부다.
한국 학원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가 철저한 ‘교사 중심 수업(teacher-centered lesson)’을 고수한다는 점이다. 한국에서 가장 인기를 끄는 원어민 강사는 수업 대부분을 자신이나 주변 사람이 겪은 우스운 얘기들을 늘어놓거나 이런저런 잡담을 하는 데 써버리는 부류다. 유럽에서 강사의 그런 수업 진행은 즉각적인 해고 사유에 해당하는데도 말이다. 나는 영국과 스페인, 우크라이나, 한국 등 도합 4개 나라에서 학생들을 가르쳐봤다. 다른 나라들은 가르치고 배우는 방식에 큰 차이가 없었지만 유독 한국에서만은 비정상적인 교수 방식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적이 많았다.
각국의 강의실 풍경
스페인 - 느리지만 원하는 것 표현, 실수 두려워 안 해
우크라이나 - 요구 많고 시끌벅적, 수업은 활기 넘쳐
영국 어학원의 교실 풍경은 한국과 사뭇 다르다. 모든 학급이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지닌 다양한 국가 구성원들로 이뤄져 있다. 미국이나 뉴질랜드, 호주 같은 다른 영어권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런 곳에서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강의’란 거의 불가능하다. 간단한 문법 하나를 설명하려 해도 그리스 학생은 이해하지만 중국 학생은 무슨 말인지 알아 듣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연출된다. 이런 환경은 때로 장점이 되기도 한다.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공용어인 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생들은 아무리 불편해도 수업시간에 모국어를 영어로 변환해 사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생각을 다른 학생과 공유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얻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불편한 상황으로 자신을 몰아넣고 그 속에서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뇌는 활성화된다. 자연히 언어학습도 활기를 띤다.
스페인 사람들은 모든 게 느리다. 수업에 지각하는 건 예사고 과제 제출도 늘 마감시한을 넘기기 일쑤다. 심지어 그들 대부분은 영어를 배워야 할 적정 시기조차 놓치곤 한다. 역설적인 건 영어학습에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스페인의 민족성이 오히려 수업 환경을 편안하게 만든다는 사실이다. 스트레스, 시험, 꼭두새벽부터 시작하는 수업, 사회적 강박, 강사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교실에서의 침묵. 한국 학원엔 꼭 있는 이런 것들이 스페인엔 없다. 그 때문에 스페인 학생들은 수업 중 자신이 원하는 걸 오히려 정확하게 표현한다. 물론 그때 사용되는 영어는 실수투성이다. 그러나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생각한 걸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들에겐 기회이고, 그 결과 실력은 조금씩 나아진다. 한 치 실수를 두려워해 수업 중 입도 뻥긋하지 못하는 한국 학생들과는 대조적인 풍경이다.
우크라이나에서의 강사 경험은 굉장히 고달팠다.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동유럽 사람들은 조바심이 많고 때론 지나치게 공격적이다. 학생들은 강사에게 너무 많은 걸 요구하고 종종 무례하기까지 하다. “스승을 공경하자”는 유교적 외침 따위는 물론 통하지 않는다.
그곳에서 내가 본 것이라곤 엄청난 소란과 강사를 향한 끝없는 요구사항뿐이었다. 그러나 시끌벅적한 이스탄불 야시장을 연상시키는 학생들의 소란과 요구사항이 가끔은 가장 효과적인 외국어 학습법이 돼주기도 한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고함치듯 쏟아내는 영어가 쥐 죽은 듯 고요한 한국 학원의 교실보다는 수업 분위기에 훨씬 활력을 불어넣기 때문이다.
한국의 강의실 풍경
대부분 훈련 안된 강사들… 잡담 너무 많아
학생들은 ‘물개쇼 보듯’ 종일 강사만 쳐다봐
한국의 학원 문화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여러 모로 확연히 다르다. 교실은 ‘여기가 도서관인가’ 싶을 만큼 조용하다. 한국 학원에 근무하며 나는 종종 학생들이 신나서 말을 꺼낼 수 있는 화제를 찾느라 수업 내내 진땀을 흘려야 했다. 수업에서 이뤄지는 모든 내용은 100% 내가 미리 준비해온 것이었다. 학생들은 수업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내 눈만 응시했다. 마치 동물원의 물개쇼를 바라보듯이.
어학 수업에 임하는 유럽인은 타인의 시선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는 시끄러운 폭도와 같다. 반면 한국인은 그에 비해 훨씬 조용하고 공부에 열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 결과 유럽인은 별로 힘들이지 않고 자신감있게 영어를 말하지만 정돈된 걸 좋아하고 책만 파고드는 한국인은 (말하기보다는) 문법 체계를 이해하고 텍스트를 읽는 활동에 훨씬 능숙하다.
▲ 한 영어학원에서 초등학교 입학 전 어린이들이 원어민 강사에게 영어를 배우고 있다. (photo 조선일보 DB)
한국 학원도 나름대로 학생을 잘 가르치려고 애쓴다. 그러나 거리마다 영어학원이 즐비한 나라치고 한국은 들이는 노력에 비해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춘 인재가 의외로 적다. 이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우선 학원 시스템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한국 학원은 반 편성이나 수업 구성 등 모든 면에 있어 기계적으로 정해진 공식에 따라 운영된다. 그들이 ‘선생’이라며 뽑는 원어민의 대부분은 ‘선생’이 되기 위한 훈련을 한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학생 앞에 서본 경험 역시 전무한 경우가 많다. 유럽 학원이 외국어 강사를 선발할 때 교사 자격증과 수업 경험 유무를 꼼꼼히 따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외국인을 채용한 후에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학원은 외국인 강사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묘안을 갖고 있지 못하며 일단 뽑은 후 그냥 방치한다. 자연히 이들은 교육자라기보다는 (학생들 앞에서 웃고 떠드는) 엔터테이너에 가깝다. 자격 미달의 외국인을 뽑아 ‘강사’라는 타이틀을 부여하는 것, 기초 언어학이나 문화적 지식도 가르치지 않은 채 이들을 수업 현장에 투입하는 것, 말하기 교육에 집중해야 할 시간에 문법적 지식에 몰입된 수업을 강행하는 것 등은 강사 자신의 문제라기보다는 학원 업자의 문제다. 학원 업자들 역시 여윳돈을 학원 ‘사업’에 투자했을 따름이다. 당연히 영어교육에 대한 대단한 사명감이나 학식을 갖췄을 리 없다. 그러나 ‘몰라서 못한 것일 뿐’이라는 말은 변명이 될 수 없다. 교육사업은 다른 사업과 달리 철학과 소신이 뒷받침돼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 학원의 문제점
학생에게 진짜 필요한 공부보다 수익이 우선
비용 덜 드는 문법 위주로 수강 권유하기도
한국 학원은 학생들이 원하는 게 정확하게 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영어로 스스럼없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학원이 수강생을 향해 영문법 교재를 들이민다. 당연한 말이지만 유창한 영어 의사소통의 비법은 책에 있지 않다. 더 잘 말하려면 더 많이 말하는 게 최선이다. 소란스러운 유럽 학원은 언뜻 정도를 벗어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최소한 그들은 수강생에게 교실에서 한마디라도 더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국 학원보다 훨씬 낫다.
유럽 학원도 시스템이 엉망이긴 마찬가지다. 수업은 시끄럽고 무질서하며 혼란스러워 영작문 수업은 늘 한바탕 난리법석으로 끝나는 게 예사다. 유럽 학생들의 영문법 수준은 한국인에 비하면 형편없어서 겨우 한 단락을 완성할 수 있을 정도다. 학원은 이런 약점을 수강생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제공된다는 점이 강조되지만 문법적 지식 부족으로 겪을 수 있는 문제는 슬그머니 감춘다. 반면, 많은 한국 학원은 유럽 학원들과 정반대의 실수를 저지른다. 초등학교 때부터 지겹도록 배운 영문법 때문에 골치가 아픈 학생들을 상대로 여전히 문법에 기초한 교육 과정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가장 힘들어하는 영어 문제는 ‘문법적 지식 획득’이 아니라 ‘유창한 의사소통’이라는 걸 학원업자들은 알면서도 모른 척한다.
학원 역시 사업이다. 따라서 그들의 최대 목적은 손익분기점을 넘겨 이익을 얻는 것이다. 학원업자들은 ‘필요한 걸 얻은 고객은 언제든 떠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영어를 더 잘 말하고 싶은 유럽 학생들은 말하기 위주 수업 때문에 추후 문법 공부를 따로 해야 하더라도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많고 말하기 실력이 향상되는 수업을 요구한다. 그 때문에 강사들이 문법에 치중한 수업으로 일관하면 그들은 당장 불만을 표출한다. 그러나 한국에선 회화 공부를 하러 학원을 찾은 학생도 “문법 실력을 더 향상시킬 필요가 있다”는 진단을 받으면 이내 학원 측 의견에 수긍한다. “네, 그렇군요. 맞아요. 정말 문법 실력을 더 갈고닦아야겠어요. 지금 당장 문법 향상 1개월 완성 코스 수강신청서를 작성할게요!”
깐깐한 소비자가 학원 문화 바꾼다
원하는 것 얻지 못하면 계속 따지고 요구해야
‘말하기’에 집중해 제발 목소리 좀 높여라
‘공부’에 대한 한국인의 강박관념은 책과 종이에 이르면 보다 명확해진다. 한국 학생들은 다른 수강생 앞에 서서 역할놀이를 통해 끊임없이 뭔가를 말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는 것보다 교재 속 ‘문법 연습’의 빈칸을 채우며 훨씬 편안함을 느낀다. ‘(사막에 사는) 아랍인에게 모래를 쥐어주고 (차를 물처럼 마시는) 중국인에게 차(茶)를 건넨다’는 말이 있다. 정작 필요한 건 모른 체하고 엉뚱한 걸 줄 때 쓰는 관용어다. 학원들은 한국이든 유럽이든 마찬가지다. 둘 다 수강생이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 취약한 것을 솔직하게 얘기해주지 않는다. 그들의 관심사는 ‘수강생’의 요구가 아니라 ‘고객’의 안락이다. 아니, 고객의 안락을 충족시킴으로써 얻는 수익이라는 편이 더 맞겠다. 재정적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수강생이 필요로 하는 걸 충족시켜줄 만한 용감한 학원은 흔치 않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는 게 뭐 어때요. 수업일 뿐이잖아요.” “금쪽 같은 시간과 돈을 따분한 작문 연습에 쏟아 붓고 싶지 않아요. 영어로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수업은 없나요?” 한국 학생은 지금이라도 당장 학원 측에 이런 불만을 토로해야 한다. 당신이 다니고 있는 학원 교실이 독서실 같다면 더더욱 목소리를 높여라. 한국인이 영어 말하기에 서툴다는 것,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러므로 한국 영어학원은 말하기, 말하기, 또 말하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한국뿐 아니라 비영어권 국가들 모두가 영어 학원을 짓고 운영하는 데 엄청난 돈을 투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어학원이 본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수강생 역시 학원으로부터 원하는 걸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다. 유럽 학생들은 영어를 꽤 유창하게 말하지만 작문 실력은 형편없다. 따라서 그들에게 필요한 건 말하기보다 작문과 문법 수업이다. 반면 한국 학생들은 첫째도, 둘째도 말하기다. 지금 당장 교과서와 종이 조각들을 창밖으로 던져버리자. 그리고 모두가 참여한 상태에서 말하기 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수업 개설을 학원 측에 요구하자. 강사는 단지 이 모든 상황을 관찰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한국 땅에서 학원을 발견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정말 괜찮은 학원을 찾기란 무척 어렵다. 이때 괜찮은 학원이란 수강생의 실질적 요구를 이해하고 집중적으로 관리하며 특히 취약 부분에 대한 교육에 최선을 다하는 학원을 말한다. 만약 이 모든 요건을 충족시키는 학원이 있다면 그럭저럭 선택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까지 최고의 학원은 구경도 못한 채 고만고만한 학원에 만족하며 지갑을 열어야 하는 걸까? 문제의 해법은 바로 당신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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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말하기의 달인’ 되는 비결 3
1 ‘빨리빨리’가 능사 아니다, 발음은 느려도 정확하게
한국인은 영어로 대화할 때 상대방의 속도가 빠르면 실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늘 그런 건 아니다. 몇몇 한국인은 각각의 단어를 정확하게 발음하지 않고 빨리 말하는 데만 열을 올린다. 자신의 발음이 전형적인 미국 영어 방식인 줄 아는 이도 많다. 그러나 원어민의 귀엔 한국식 발음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빠르게’가 아닌 ‘정확하게’ 발음하는 문제가 중요한 건 그 때문이다.
영어 발음이 원어민처럼 정확하지 않은 한국인이 외국인과 원활하게 소통하려면 입을 최대한 벌리고 각 음절을 정확하게 끊어 발음해야 한다. 한국인은 ‘Saturday(토요일)’를 대개 ‘Shar-day’라고 발음한다. 이 단어의 정확한 발음은 ‘Sa-tur-day’(영국식 영어) 혹은 ‘Sa-duh-day’(미국식 영어)다. 어느 쪽으로 발음하든 ‘saturday’는 세 음절 단어다. 무리해 둘로 끊어 발음하면 당신의 말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느리고 정확하게 말하는 건 절대 흠이 아니다. 보다 많은 이들이 당신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권장할 만하다.
2 아는 단어 많다고 과시 말라, 일상 대화는 쉽게
‘~ate’나 ‘~ion’, ‘~ent’ 등과 같은 어미를 사용하는 긴 단어들은 대부분 라틴어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이런 단어는 논문이나 학술 서적에선 자주 사용될지 몰라도 일상생활에선 별로 쓰이지 않는다. 영어회화를 공부할 땐 의식적으로 앵글로색슨 계통의 짧은 단어를 사용해라.
‘~ing’나 ‘~en’으로 끝나는 단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풍부한 어휘력을 자랑하고 싶어 몸이 근질거려도 눈 질끈 감고 참아라. 당신이 현학적인 단어를 섞어 상대에게 말을 건네는 순간 분위기는 굉장히 어색해질 것이다.
좀 더 자연스럽게 말하고 싶다면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 수를 늘리되 각 단어는 짧고 쉬운 걸로 선택하는 연습을 해보자. 쉽고 자연스러운 문장을 구사할수록 상대방의 이해수준은 높아진다. 이를테면 “담배 좀 꺼주세요”란 문장을 영어로 말한다고 했을 때 “Please extinguish your cigarette”보다 “Please put out your cigarette”이 훨씬 자연스럽다.
3 억양이 영어의 절반, 명사보다 동사에 액센트를
영어 공부할 때 억양(intonation)을 무시하는 한국인이 많은데 이는 중대한 실수다. 영어 문장을 말하면서 한국식 억양을 그대로 답습한다면 애써 말한 내용이 상대에게 전혀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What are you doing now(지금 뭐 하십니까)?”란 문장을 살펴보자. 많은 한국인이 습관처럼 문장 첫머리에 오는 단어 ‘What’에 강세를 둔다. 그러나 이는 한국어로 ‘뭐’를 강조해 말하는 것과 같다. 이 문장의 올바른 영어 강세는 ‘doing’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상대가 문장의 뜻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영어는 동사 중심 언어이므로 명사보다 동사에 강세가 더 많이 주어진다. 명사 중심의 언어인 한국어와는 정반대 체계를 갖고 있으므로 특히 주의해야 한다.
어학연수 갔을 때 영어학원 선택 기준 3
늘 제자리걸음인 영어 실력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해외 어학연수를 결심한 당신, 제일 중요한 건 적당한 어학원을 고르는 일일 것이다. 아무리 심사숙고해서 학원을 골라도 그 학원이 좋은 곳인지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학원의 품질은 대개 강사와 학생 수준에 좌우된다. 그러나 낯설고 물 선 곳에서 훌륭한 강사와 수준 높은 학생을 만날 확률은 그저 운일 뿐이다. 수강료가 비싼 학원은 잘 가르치는 학원이기보다는 임대료가 비싼 지역에 위치한 학원일 경우가 많다. 여기, 영어학원 선택에 막막해 하는 학습자를 위한 몇 가지 요령을 소개한다.
1 공인기관 인증을 받은 곳인지 확인하라
유럽의 경우 많은 학원들이 간판만 학원일 뿐 사실상 ‘비자 공장(visa factories)’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매우 저렴한 수업을 제안하지만 실제로 그곳에 수강생이 존재하는 경우는 드물다. 일부 외국인은 이런 ‘유령 학원’에 등록해 수강생 신분을 유지하는 한편, 불법 노동자로 취업해 돈을 벌기도 한다. 영국의 경우, 영국 의회가 중심이 돼 학원들의 불법 행태를 단속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따라서 어학원에 등록하기 전 해당 국가 대사관 등 공신력 있는 기관의 승인을 받은 곳인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제대로 된 비자를 받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2 강사진 프로필을 꼼꼼히 살펴라
수준 높은 어학원은 최소한 2년 이상의 교사 경력과 공인 교사 자격증을 확보한 강사만 정식 직원으로 채용한다. 물론 경험이 많은 교사가 항상 훌륭한 교사라고 할 순 없지만 학원 시스템을 잘 알고 오래 적응해온 교사는 그렇지 않은 교사보다 영어 자체는 물론, 학습자의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훨씬 많은 걸 알고 있다.
3 ‘한국인에게 인기 있는’ 곳은 피하라
한국인 수강생이 많은 학원에서 제대로 된 영어공부를 할 기회는 많지 않다. 수강생 중 한국인 비율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아예 없으면 더욱 좋다. 단, 교실 안에서나 바깥에서나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외국인과 부딪칠 각오가 돼 있다면 말이다.
번역 = 최혜원 기자 happyend@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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