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팝송 영어' 전도사 이경훈 - Weekly 조선

IT 2008. 8. 30. 20:44 Posted by 와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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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팝송 영어' 전도사 이경훈
"한국인 고질병 영어 울렁증… 팝송으로 고쳐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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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송을 부르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일석이조’ 아닌가요? 영어가 즐거워야 ‘영어 울렁증’이 사라지죠. 영어 울렁증은 외국인을 만나면 긴장되고 영어로 말하려 하면 단어만 머릿속을 맴돌며 정작 입으로 나오지 않아 답답한 증상을 말합니다.”

‘ 영어 울렁증’. 아마도 이는 대다수의 한국인들이 겪고 있는 질환일 것이다. 한국의 영어 사교육비 지출액은 연 10조원. 교육과학기술부가 집행하는 영어 관련 예산인 700억원의 140배가 넘는 액수이다. 하지만 아직도 수많은 한국인들은 ‘영어 울렁증’에 걸려있다. 이 ‘영어 울렁증’을 팝송으로 고쳐주겠다며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선 사람이 바로 CEO 영어 교육기관 ‘오렌지 커뮤니티’의 이경훈(44·Stephen Lee)씨다.

“말하기 영어를 위해 딱 한 가지만 해야 한다면 그것은 ‘영어로 말하는 엄마를 갖는 것’입니다. 파키스탄 아이들이 파키스탄 말을 잘하고, 중국 아이들은 중국어를 잘합니다. 우리도 한국어를 잘하는 것은 우리 엄마들이 한국어를 잘했기 때문이고요. 그래서 자기 나라 말을 한자로는 모국어(母國語), 영어로는 ‘Mother tongue’라고 부르는가 봅니다.”

지난 7월 28일 서울 이태원의 ‘오렌지 커뮤니티’ 사무실에서 만난 이씨는 스스로를 ‘영어강사’가 아닌 ‘비즈니스 파트너’라고 소개했다. 이는 그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영어학습 프로그램인 CEPS(Cosmom English Pop Song)와 관련이 깊다. CEPS는 ‘오렌지 커뮤니티’의 소수정예 CEO 영어학습 프로그램과는 달리, 기업체와 지자체에 제공하는 영어 특강이다.

커즈맘(Cosmom)은 ‘Cosmopolitan Mother’의 줄임말로 ‘영어를 제2모국어로 익히기 위해 새롭게 아기 세계시민으로 태어난 우리들에게 엄마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분투하는 회사원들은, 진학 이상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생존과 승진을 위해 영어로 말하는 것이 그 누구보다도 더욱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좌절로 인해 ‘영어자폐증’까지 앓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어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그 즐거움을 일깨워 주는 것이 1차적인 목표입니다.”

그에 따르면 언어 중추와 학습 중추는 별개이기 때문에, 치매에 걸려 부인을 알아보지 못하면서도 영어로 말은 할 줄 아는 미국 할아버지들이 있고, 한글은 읽지도 쓰지도 못하지만 한국말을 잘 구사하는 한국 할머니들도 있다고 한다. 이는 말하기 위해서는 ‘영어 공부’가 아니라 ‘입 훈련’이 더욱 필요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영어는 마치 감기와도 같아요. 영어를 자꾸 뇌의 기억 창고에 넣으려 하지 마시고 커즈맘을 흉내 내는 과정에서 마치 감기처럼 옮겨온다는 이미지를 떠올려보시면 좋습니다.”

이씨가 영어에 대해 이처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스스로가 해외 유학이나 연수를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채 국내에서만 중학교 때 시작한 영어로 쉽고 재미있게 말하기 훈련을 해왔기 때문이다.그도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중학교 2학년 때 영화 ‘The Sound of Music’을 보는데 전혀 영어 대사가 들리지 않았고 이후부터 ‘영어 자폐증’을 경험을 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비록 한국인으로 태어났지만 세계인으로 살다가 죽을 거야’라고 생각을 바꾸고 나니 갑자기 영어가 외국어가 아닌 우리말로 다가오게 되었고 그때부터 영어가 쉽고 재미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영어가 단순히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의 언어가 아니라 ‘세계 언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사람과 한국 사람이 만났을 때 각자 상대방 나라의 언어를 모르면 ‘영어’를 사용합니다. 일본 사람이 과테말라 사람을 만나도 마찬가지죠. 이처럼 영어는 ‘화폐’의 역할을 하는 ‘화폐언어’입니다. 그래서 저는 영어를 ‘English’가 아닌 ‘Globish’라고 하고 싶어요.”

CEPS I은 이처럼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내용을 ‘You mean everything to me’라는 팝송과 함께 두 시간 안에 담는 획기적인 프로그램이다. 이 두 시간만으로도 영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확보되므로 단시간에 새로운 출발점을 만드는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그는 최근 SBS ‘이재룡·정은아의 좋은 아침’에 출연하여 CEPS I의 내용을 가지고 여러 사람들과 영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공유하기도 했다. “우리가 단어·숙어는 많이 알아도 문장은 그리 많이 알지 못하고, 더구나 문법 공부는 많이 했지만 입으로 소리 내어 말할 수 있는 문장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팝송은 우리의 입을 즐겁게 터주는 아주 훌륭한 소재입니다. 우리는 흔히 귀가 뚫린다는 표현을 사용하는데요. 귀는 원래부터 뚫려 있어요. 단순히 우리가 입으로 말할 수 없는 말은 귀에서도 그냥 웅웅 울릴 뿐 알아들을 수가 없게 되죠. 다시 말해 귀가 아닌 ‘입으로’ 듣게 되는 것입니다.”

영어를 즐기며 익히는 CEPS를 새로 도입하는 회사 중에는 ‘스포츠토토’가 있다. ‘스포츠토토’의 오일호(56·Edward Oh) 대표는 CEPS를 선택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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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훈씨와 우리 회사 임원들이 함께 어울려 점심을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우리 모두가 Edward, Gregory 등 ‘Globish Name’을 함께 정했고 ‘화살이 과녁에 맞지 않으면 과녁 탓을 하지 말고 자세를 바꾸어라’ 등 많은 이야기도 나눴습니다.새롭게 변화하는 미래를 준비하고 사회에 기여하며 체육 발전에 공헌하는 회사의 비전을 앞당기는 의미에서, 직원들을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CEPS 교육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경훈씨는 CEPS의 행동강령인 페모스(FEMOS) 훈련법에 대해 거듭 강조했다. “‘나도 이제 한번 시작해 봐야지’라는 마음을 먹게 해주는 CEPS Ⅱ를 통해 베이비(Baby)로 새롭게 태어나야 하는 이유를 알고 나면, 어떻게 베이비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을까 하는 점이 궁금해집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구체적이면서 실용적인 프로그램이 CEPS Ⅲ입니다. 아기들은 즐겁고(FUN), 쉽게(EASY), 입으로(MOUTH) 언어를 배웁니다. 또한 아이들은 백지같이 깨끗한 도화지에 문화와 함께(Open Culture), 어순에 맞추어(Snake Hunting) 언어를 익힙니다. 이러한 아기들의 방법을 따라 만든 프로그램이 페모스 훈련법입니다.”

영 어가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만큼 그 안에 내포된 역사성, 사회성은 물론 문화까지 그의 강의에서 들을 수 있다. 그래서 국제적인 매너와 에티켓 또한 그의 강의 내용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단순히 영어를 배우는 것이 아닌 그의 말대로 ‘코스모폴리탄’ ‘세계인’이 되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다.

“CEPS Ⅳ는 어순 익히기에 대한 즐거운 훈련입니다. 사실 영어 문장은 ‘Don’t worry’, ‘Be happy’, ‘I love you’ 등 세 문장만 알아도 60% 이상을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상 다른 표현들은 이 세 문장에서 확장되는 것뿐이거든요. 영어를 배우면서 문법에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과 서로 통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약속은 지켜야겠죠. 그게 바로 어순에 대한 약속입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2015년에는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세계인의 수가 30억명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우리 민족의 저력을 감안할 때 2012년쯤이면 우리 국민의 절반이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하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것이 저의 꿈이고, CEPS가 추구하는 비전입니다. 진정으로 안다는 것은 행동하는 것입니다.”
이어 그는 ‘영어를 완벽히 알고 나서 말해야 한다’는 사고와 문법의 틀에 갇혀 영어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영어는 정말 유용한 하인입니다. 영어를 이용해서 우리는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볼 수도 있고 더 많은 문물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문법이란 설명서가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영어라는 하인 자체를 활용하기 거부하죠. 설명서를 글로 읽고 일일이 외우지 않아도 차를 운전하고 휴대폰을 사용하는 데 큰 문제는 없잖아요.”


/ 서일호 기자 ihseo@chosun.com
  김소연 인턴기자·성신여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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