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뮤직 한국 서비스, 어떻게 봐야 할까?
I. 국내 서비스 임박한 애플 뮤직
애플 뮤직 한국 서비스가 곧 시작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애플 뮤직은 지난 2015년 WWDC에서 발표된 애플의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로 개인의 경우 월 9.99달러의 이용료를 내면 애플이 보유하고 있는 3000만곡 이상의 음원을 무제한으로 들을 수 있다. 학생 계정 사용자는 월 4.99 달러, 6명까지 사용할 수 있는 가족 단위 요금제는 월 14.99 달러에 이용이 가능하다. 또한, 가입 후 첫 3개월은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다.
애플측이 최근 한국음악 실연자연합회(음실련)와 계약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가시화되었고 한국음악 저작권협회와도 계약을 진행하고 있어 조만간 애플 뮤직 국내 서비스가 개시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 뮤직은 iOS, OS X, 애플TV, 윈도우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안드로이드의 경우 2015년 11월부터 베타버전 앱을 지원하고 있으나 애플 뮤직이 정식 서비스되지 않고 있는 국내에서는 사용이 불가하다. 현재 해외에서 베타 서비스중인 애플 뮤직에 대한 평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정식 서비스가 아님에도 구글플레이 평점은 3.5정도를 유지하고 있고 500만~1000만건 정도의 안드로이드 기기에 설치되어 사용되고 있는 상태이다. 정식 서비스가 시작되면 더욱 많은 사용자가 애플 뮤직을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도 애플 뮤직 서비스가 시작된다면 아이폰 사용자는 물론이고 많은 안드로이드 사용자들이 애플 뮤직을 설치해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II. 애플 뮤직의 궁극적인 목표
애플 뮤직은 3000만곡이라는 엄청난 음원 숫자와 함께 애플이 서비스한다는 이미지 때문에 비록 출시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유료 가입자수가 1500만명 1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애플 뮤직의 경쟁 상대로는 전 세계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1위인 Spotify를 빼 놓을 수 없다. Spotify의 전세계 유료 가입자 수는 2016년 3월 기준 3000만명 2을 기록하고 있다. Spotify는 지난 2008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안드로이드, 윈도우, 윈도우폰, OS X, 심비안, 리눅스,, 블랙베리 OS, 크롬 OS, 파이어 OS,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등 다양한 기기를 지원하고 있다.
Spotify는 출시한지 8년만에 가입자 3000만명을 모았다. 이에 비해 애플 뮤직은 불과 1년만에 벌써 가입자 1500만명을 돌파하였고 글로벌 2위 사업자 자리에 올라 Spotify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Spotify와 애플 뮤직을 비교해 보면 대체적으로는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 애플 뮤직은 가입 후 3개월 동안만 무료로 사용이 가능한 반면, Spotify는 평생 무료 계정으로도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다. 하지만 무료 계정을 사용하면 고음질 음원을 이용할 수 없고 몇 가지 기능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편이 좋다.
Spotify의 이용 요금도 애플 뮤직과 동일하게 책정되어 있다. 개인 사용자는 월 9.99달러, 학생은 월 4.99달러에 이용할 수 있으며 6명까지 사용할 수 있는 가족 단위 요금제는 월 14.99 달러에 이용이 가능하다.
애플 뮤직은 2015년 6월 서비스 출시 이후 전세계 140개국에서 서비스 중이며 서비스 시작 1년만인 2016년 6월 기준 전세계 유료 가입자 수가 1500만명에 이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의 유명 가수 제이지(Jay Z)가 소유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타이달(Tidal) 인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애플이 타이달을 인수한다면 Spotify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움직임은 애플이 컨텐츠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입지를 보다 강화하려는 노력으로 분석할 수 있다.
애플의 타이달 인수는 음원 시장에서 애플의 지위를 더욱 강화시키면서 시장점유율도 끌어올릴 수 있을 전망이다. 또한, 애플은 애플 뮤직 가입자를 대상으로 독점 비디오 컨텐츠를 제공하며 자체제작 드라마도 추진하고 있어 애플 뮤직을 통해 종합 컨텐츠 플랫폼 구축에 나서는 모양새이다.
애플의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보고되고 있는 아이폰 등 하드웨어 판매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기존 하드웨어 중심 사업을 벗어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이를 위해 애플 기기 사용자 이외에도 대규모 가입자를 확보할 수 있는 컨텐츠 사업자로의 변신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팀 쿡 애플 CEO도 최근 애플 역사상 최대규모의 인수합병을 벌일 수도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에 대해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천은 인수합병의 대상이 동영상 서비스 등 컨텐츠 분야가 될 것이 가장 유력하다고 관측했다.3)
애플이 궁극적으로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동영상 컨텐츠는 새로운 수익원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이다. 구글은 유튜브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유투버들에게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으며 페이스북도 동영상 서비스에 점점 더 힘을 집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애플이 동영상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플랫폼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할 것이고 애플 뮤직을 이용하는 것은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기존의 아이튠스와 애플 뮤직을 더욱 강화한 뒤 이를 바탕으로 동영상 서비스 시장에 나선다면 전세계 동영상 서비스 시장의 판도는 새로운 경쟁 국면을 맞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III. 애플 뮤직이 한국 음원 시장에 미치는 영향
애플 뮤직은 최대 3000만 곡이라는 엄청난 음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이다. 국내 1위 음원 사업자인 멜론이 소유하고 있는 음원이 약 700만 곡이라고 알려지고 있으니 4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음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사용자들이 많이 듣는 음원만 따져 본다면 3000만 곡이라는 음원수를 모두 경쟁력으로 환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국내 사용자들이 즐겨 듣는 아티스트의 음악은 3000만 음원 중에서 일부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애플 뮤직이 국내 서비스되면 국내 아티스트들의 음원이 애플 뮤직에 등록될 것이고 국내를 벗어나 전세계에 알려지는 효과도 생각해 볼 수 있다. K-Pop의 높은 인기가 더욱 높아질 수 있고 더욱 많은 나라로 널리 알려질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애플 뮤직의 국내 진출은 음악 제작자와 창작자들의 수익에도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애플 뮤직은 수익배분 비율을 7:3(음원 창작자7, 애플 3으로 정하고 있어 현재 국내 유통업체들이 정해 놓은 한국식 수익배분 비율6:4보다 유리하다. 물론 이 수익 배분 방식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논란이 있다. 애플 뮤직의 수익배분 방식은 정상가격이 아닌 판매가격 기준으로 적용한다는 것이고 한국식 비율은 정상가격 기준으로 적용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식 배분방식에서 정상가격이 너무 헐값이라는 음원 창작자의 주장도 있다.
애플 뮤직이 국내 서비스되면 기존의 국내 음원 유통 사업자들은 커다란 경쟁자를 맞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애플 뮤직이 경쟁을 유발해 국내 음악 시장의 변화를 이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면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애플 뮤직의 진출로 인해 다른 글로벌 사업자도 한국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고착화 되어 있는 음악 시장에 새로운 구도가 생길 수 있고 보다 다양한 음악 상품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효과로 볼 수 있다.
애플 뮤직은 월 9.99달러의 정액 요금으로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애플 뮤직이 국내 진출하면 현재 국내 1위 사업자인 멜론의 월 8000원짜리 스트리밍 요금도 같은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어 뮤지션들에게 돌아가는 혜택도 늘어나게 되고 국내 음악시장도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한, 애플 뮤직의 국내 서비스 소식이 흘러 나오면서 국내 1위 음원 업체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의 주가에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 뮤직 진출 초기에는 멜론의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겠지만 음원 서비스 가격이 올라가면서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이 반사 이익을 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결국 애플 뮤직의 국내 서비스 개시는 로엔을 인수한 카카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 그 영향이 긍정적일 것인지 아니면 반대로 부정적일 것인지는 현재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애플 뮤직이 국내 진출하게 되어 인기를 얻게 되면 그로 인해 스트리밍 기반 음악 서비스 확대를 더욱 가속화해서 음악 창작자와 제작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의 시각도 있다. 월 9.99달러에 무제한 음악 스트리밍 시장이 확대되어 고착화되면 곡당 사용료가 형편없이 낮아지게 되고 음악 창작자들은 생존을 위해 음악 활동 이외에 다른 일을 할 수 밖에 없다. 현재도 음악 활동 자체만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뮤지션들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인데 애플 뮤직 서비스가 진출함으로써 국내 음악수준이 저하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IV. 시사점
애플 뮤직에 대해 여러가지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재의 진행 상황으로 볼 때 조만간 국내 서비스가 시작될 것이다. 애플 뮤직으로 인해 국내 음원 유통사업자들은 큰 위협을 느낄 수 있겠지만 국내 음악 시장의 미래를 위해서 언젠가는 맞아야 할 예방주사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실제로 2020년으로 추정되는 국내 음원 업체들의 음원 가격 인상시기는 애플 뮤직이 출시된다면 앞당겨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음원 창작자들에게 보다 많은 수익을 안겨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면만 생각하고 잘못 대응했다가는 애플이 아이튠스로 전세계 음악 시장을 석권하고 아이폰으로 이동통신사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것처럼 국내 음원 스트리밍 시장 역시 애플이 모두 석권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앞서 언급한 동영상 서비스 시장 역시 애플이 강력한 플랫폼의 힘을 이용한다면 국내 동영상 서비스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음원 창작자와 국내 음원 유통 사업자, 그리고 사용자 모두 애플 뮤직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여러가지 면을 잘 생각해 보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애플 뮤직 플랫폼의 위력을 믿고 글로벌 음악 시장 진출이라는 좋은 기회도 생각해 봐야 하지만 애플의 플랫폼에 한번 잘못 빠져버린다면 쉽게 빠져 나오기 힘들다는 사실도 결코 간과해서도 안 될 것이다.
※ 이글은 디지에코 이슈앤트렌드(Issue & Trend) 기고문으로 원고료를 지원받았습니다.